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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보이그룹이 걸그룹의 팬을 빼앗아가는 설정이 있지만, 
현실에선 남녀 아이돌 팬층은 많이 겹치지도 않고 
빼앗아가는 관계는 더더욱 아니기 때문에 
스토리 전개를 위한 설정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이는 한국 2세대 그룹 판에서 특유의 현상이었다. 
1990년대에는 신승훈이나 김건모 팬들이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를 따라부르는 모습이 흔했고 
1세대 아이돌판에서 H.O.T.와 젝스키스, S.E.S.와 핑클의 경쟁구도가 생겨났다. 
이후 2000년대로 넘어가며 드림콘서트 침묵 사건으로 대표되는, 
보이그룹의 팬덤이 걸그룹과 그 팬덤을 견제하는 등의 
팬덤간 대립각이 자리잡는다. 


하지만 3~4세대 이후로는 보이그룹과 걸그룹을 불문하고 
모든 팀의 팬들이 서로서로 우호적으로 대하는 분위기가 자리잡혔다. 
여러 아이돌들이 동시 출연하는 콘서트의 경우 
모두가 환호하면서 응원에 참여하기도 한다. 
같은 성별의 아이돌 팬덤은 라이벌 의식이 있긴 하지만 
다른 성의 아이돌 팬덤은 애초에 성향 자체가 다르기에 
서로 별다른 관심이 없는 편이다. 
사실 이런 팬덤간의 대립은 오히려 1970년대~1990년대 
미국/유럽 음악계에서 더 흔히 보이는 편으로, 
서양 쪽 대중에게는 익숙한 구도이다. 
애초에 이는 악귀가 사람들의 마음을 홀리는 힘이 있다는 
작중 설정상으로 충분히 이해 가능한 전개이다.


기본적으로 저연령대를 타깃으로 하는 작품이다 보니, 
K-POP 산업을 최대한 단순화하고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묘사하고 있다. 
작중 헌트릭스 멤버들의 팬 사랑은 조금의 가식 없는 진심 그 자체이며, 
반대로 가수의 연애 사실이 밝혀졌을 때 결별을 종용하는 
극성 팬덤도, 소속사도 없다. 
이러한 K-POP 아이돌의 그늘진 모습은 
헌트릭스의 진짜 기획자라고 할 수 있는 셀린이 
악귀 혈통임을 나타내는 문양을 드러내지 말 것을 
루미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은유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앨범 녹음이나 뮤직비디오 촬영 같은 
가수들이 수동적으로 보일 수 있는 모습은 철저히 배제되어 
모든 주요 의사 결정을 가수들 스스로 기꺼이, 
알아서 하는 것처럼 그려진다. 
모든 K-POP 아이돌의 활동은 기획사의 철저한 기획으로부터 
여러 가지 공정을 거친 것으로 본작에서처럼 
그룹 리더의 즉흥적인 결정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는 BIGBANG, 방탄소년단, KISS OF LIFE, i-dle처럼 
곡을 만드는 데 멤버들의 작사 작곡 참여 지분이 높은 경우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싱어송라이터형 아이돌은커녕 기획사의 수장인 박진영조차 
가수로서 활동할 때는 본인 곡을 언제 출시할지에 대해서 
결정권을 가지지 못한다. 
또 헌트릭스의 매니저 바비는 정작 가장 중요한 임무인 
스케줄 관리나 관련자들과 연락, 접촉해서 의견이나 
일정을 조율하는 등의 모습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데, 
이는 '연예인한테 매니저라는 사람이 붙어다니는 것은 알지만 
뭘 하는지는 잘 모르는' 어린이들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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